[여의도풍향계] 명암 엇갈린 승부수…되짚어본 단식의 정치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와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지 나흘째입니다.<br /><br />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요?<br /><br />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선 방현덕 기자가 정치인 단식투쟁의 명암을 짚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정기국회를 하루 앞두고 시작한 제1야당 대표의 단식.<br /><br />대화나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, 자기 몸을 스스로 던진 마지막 승부수라는 평가도 있지만, 계파간 갈등이나 검찰 수사 앞에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는, 그리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.<br /><br /> "꼭 이렇게 해야 되느냐, 이런 말씀들이 많았습니다. 저의 대답은 그렇습니다. 이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."<br /><br /> "체포동의안 처리가 두려우면 그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면 되는 것인데 왜그렇게 자꾸 민생 발목잡기를 하시는지 참 답답합니다."<br /><br />스스로 곡기를 끊는 단식 투쟁. 정치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식이자, 최후의 수단입니다.<br /><br />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오래됐으면서 파장이 컸던 단식 투쟁은 아마 권위주의 정권에 맞섰던 이 두 명의 사례였을 겁니다.<br /><br />1983년 야인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활동 규제와 언론통제 철폐 등 민주화 5개 항을 요구하며 23일 동안 단식 투쟁을 했습니다.<br /><br />목숨을 건 단식투쟁에도 요구가 수용되진 않았지만, 전두환 군부 정권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에 큰 힘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.<br /><br />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0년 지방자치제 시행과 내각제 개헌 포기를 주장하며 단식에 들어갔고,<br /><br />13일간 이어진 끝에 이듬해 지방의회라는 부분적인 형태로나마 지방자치제 도입 성과를 거뒀습니다.<br /><br />이들의 단식은 권위주의에 맞선 저항의 수단이었고, 지지도 따랐습니다.<br /><br />아마도 민주화라는 큰 명분에 국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이었겠지요.<br /><br />하지만 민주 정부 출범 이후 단식은 특정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격이 바뀐 모습입니다.<br /><br />노무현 정부 때는 이라크 파병, 한미 FTA 같은 현안 현안마다 단식하는 정치인이 등장했고, 박근혜 정부 때도 세월호 특별법 등을 놓고 당시 의원 신분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야권의 단식이 이어졌습니다.<br /><br />지난 정부 때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8일간의 단식 끝에 이후 이른바 '드루킹 특검'이 합의됐고,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농성 열흘 만에 '연동형 비례대표제' 도입을 약속받았습니다.<br /><br /> "나는 건강해요. 나는 건강하니까 (선거법 개정 논의를) 오래 끌으시라고. 오래 끌다가 죽을 때쯤 돼서든…"<br /><br />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 저지를 주장했는데, 8일 차에 의식을 잃으며 빈손으로 끝내야 했습니다.<br /><br />단식 투쟁을 통해 의도했던 바를 관철하는 경우도, 관철하지 못해도 여론의 관심과 지지를 얻는 경우도 있겠지요.<br /><br />하지만 단식의 방식 등 부수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단식의 명분이나 진정성에 빛이 바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.<br /><br />2003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,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측근 비리 특검 거부에 항의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죠.<br /><br />단식 초기 쌀뜨물을 마시는 모습이 곰탕이냐 아니냐의 해프닝으로 번지며 정작 단식의 명분은 퇴색했습니다.<br /><br />2016년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집권여당 대표로는 초유의 단식을 벌였습니다.<br /><br /> "거야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…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…"<br /><br />농림부 장관 해임안 상정에 항의하는 취지였는데, 비공개 단식이다, 국정농단 사태 물타기다, 논란이 이어지며 일주일 만에 중단됐습니다.<br /><br />오로지 역효과만 부른 사례도 있습니다.<br /><br />2019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임명에 반대하며 벌인 릴레이 단식. 돌아가면서 5시간 반씩 굶는, 단식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.<br /><br />결국 여론의 거센 비판만 받고 흐지부지 끝났습니다.<br /><br />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.<br /><br />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'대화와 타협'이라는 정치의 본령은 실종되고, 극한 대치와 투쟁이 여의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점입니다.<br /><br />국회만이 풀 수 있는 민생 현안이 진전 없이 쌓여만 가는 상황에서,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입맛이 씁쓸해지는 이유입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PD 김선호<br />AD 이영은<br />송고 방현덕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